개요

두달만에 퇴사 소식과 함께 블로그에 복귀하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퇴사를 결정했다. 

어떤 생각에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는지, 이 회사를 다니면서 어떤것들을 이뤘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성장해 나갈것인지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쉽지 않았던 결정이였던것만큼 이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기 위해 퇴사 이후로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밤이다.

Back to 고등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당시에 마포의 SI 회사에서 분당의 보안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어린나이에 포트폴리오에 프로젝트들이 다양하고 무엇을 시켜도 다 잘할것 같다고 생각해서 나를 채용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하셨다.

그렇게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은 앞으로 3년 넘게 근무할 회사에서의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던것 같다, 구글이 없으면 코드를 칠 수 없었고 그나마 있는 센스를 활용해서 코드를 몇줄 고치는게 다였다. 객체지향, SOLID, 디자인 패턴, 코드의 흐름, 컨벤션 등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이였다.

 

처음으로 맡았던 업무는 앱 관련 배포였다. 회사에서 예전에 사용하던 안드로이드와 iOS 소스가 있었지만 내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윈도우 클라이언트를 주로 사용하던 분위기여서 잘 사용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모바일 클라이언트에 대한 요청들이 증가하게 되면서 우리는 공통 클라이언트를 각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 업로드하여 공통버전을 관리하기로 결정하였다.

 

난 정말 앱개발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다, 고등학교 2년 내내 해킹만 열심히 하였고 개발도 간단하게 게시판이나 NodeJS로 소켓 통신 해본것이 다였다. 하지만 적어도 해킹보안 동아리에서 모르는것들과 필요한 정보들을 구글로 검색해서 알아내는 정도의 센스는 길러왔다.

그래서 각 안드로이드와 iOS 모두 개발자 계정을 신청하게 되었다. 특히 iOS 개발자 계정을 신청할때는 절차가 복잡하여 직접 애플 고객센터와 영어로 전화하기도 하면서 일을 처리했다. 원어민급으로 통화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직접 나서서 통화했는데 조금 뿌듯했다.

 

그렇게 회사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클라이언트를 복잡한 심사를 통과해서 모두 스토어에 업로드하였다.

회사분들은 모두 기뻐하셨고 회식때 내가 모바일 클라이언트를 다 스토어에 올리고 관리하고 있다고 칭찬해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은 1년 내내 앱 개발에만 몰두하면서 지냈던것 같다. 야근을 하면서도 만드는 기능들이 작동할때마다 너무 뿌듯했고 내가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뻣다. 딱히 내 업무를 가르쳐주고 도와줄 사수 한명 없었지만 혼자 이 정글을 헤쳐나가고 있다는 사실도 힘들지만 그만큼 나를 성장시켜준것 같다.

조금은 성장하게 된 20살

1년차가 되자마자 아에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자는 특명이 내려졌었다. 기존 클라이언트와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는 2차 인증 앱을 만들라는 것이다. 생체인증등의 기술들을 접목하여 2차 인증 제품을 개발하여 보안을 강화하자는 회사의 의도가 담겨 있는 프로젝트였다.

 

처음부터 무언가를 개발한다는것이 너무 낯설었다, 그런데 이때 정말 엄청나게 말이 안되는 성장을 한것 같다.

REST API, 네트워크, 암호학, 생명주기, 옵저버 패턴, OOP 등 엄청나게 많은 부분들을 깨닫게 되었다,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이였다.

 

나를 좋게 봐주시던 학과장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시기도 했다. 폴리텍이 주최하는 세계해킹대회에 스페셜 멘토 자격으로 초청 받게 되었다. 

10월에 2주 정도 항공비, 숙식을 포함한 모든 금액을 지원받아 두바이로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영어로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기도 하였고 GITEX에 참여하여 여러 외국 회사들의 제품들을 구경하기도 하였다. 요트를 통째로 빌려서 놀고 두바이 왕자의 집에도 초청받았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귀한 기회였고 덕분에 다른 교수님들과도 많이 친해지고 여러 좋은 사람들과도 친해지게 되어 너무 좋았다.

 

연말에는 많은 개발자 송년회 모임에 참석하여 소위 네카라쿠배당토라고 부르는 회사에 계신 분들과 친해질 기회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비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다들 좋게 봐주셔서 정말 즐겁게 개발에 대해 대화하고 교류하는 시간이였던것 같다.

 

입사할때까지만 해도 개발의 흐름이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 학생에 불과하였지만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는 20살이였다.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던 21살 

2023년은 그렇게까지 평화롭지는 않았던것 같다. 좋은일도 많았지만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한해였다.

 

연초에는 매우 평화로웠다, 입사하자마자 진행되고 있던 제품 보안인증이 드디어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통과하게 되어 무한 야근지옥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6시 퇴근이 사실 당연하지만 정말 너무 감사하고 해가 떠 있을때 퇴근한다는것이 너무 신기했다.

 

또한 보안인증이 끝나면서 여러 기능들의 고도화 작업들이 시작되었다. 나는 방화벽 고도화 작업을 맡게 되었는데 여러가지 요구사항들을 작업하면서 직접 데몬들을 개발하기도 하고 조금 깊숙한 부분들을 공부하면서 내 일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깊어진 것 같았다.

 

그러다.. 여름에 번아웃이 오게 되었다. 20살 하반기에 너무 달렸던 탓인가 모든일들에 무기력해지고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문득 예전에 고등학교 상담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이 생각이 났다, '다른 친구들은 불안과 우울에 빠져서 헤어나오기 힘들어 하지만 너는 그것들을 긍정적인 에너지와 동기부여로 바꾸는 능력이 있어 그러니까 너 자신을 믿어 모든 고난은 너에겐 에너지야' 이 말을 생각하며 힘들수록 움직이려고 하고 하기 싫을수록 부딪혔다. 또한 동아리에서 매주마다 하던 풋살도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다시 긍정적이고 야망적인 나의 예전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슬슬 가을이 되고 날씨가 많이 풀려서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되자 운동을 너무 좋아하던 나는 거의 매일 풋살 경기를 나가고 주말마다 등산을 가기 시작했다. 너무 무리한탓인가, 결국 축구 경기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되었다. 그렇게 12월달에 십자인대 수술을 하면서 나의 21살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20살만큼은 아니지만 21살도 정말 많은 성장을 한것 같다. 백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명확하게 결심하게 되었고 그에 맞게 스프링을 열심히 공부하게 되면서 예전에 주먹구구식으로 사용하는것이 아닌 정말 프레임워크에 대해 이해하고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 축구 동아리의 홈페이지 제작 프로젝트를 하면서 실제 유저들을 수용해보고 여러 리얼 환경에서 나오는 버그들을 개선해보면서 정말 귀한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되었다, 다시 나와 함께 창업할 사람들을 구하게 되어 개발팀도 구성하게 되고 한동안 개발에 미친것처럼 퇴근하고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만 하다가 잠들고 하는 생활을 하면서 열정적이였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것 같았었다.

퇴사를 결정하게 된 22살

아직 22살이 된지 4달밖에 안 지났다, 하지만 4달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어쩌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결정도 하였다.

 

일단 1월달에 십자인대로 인하여 신체검사 5급 판정을 받으며 군면제를 받게 되었다.

십자인대가 다친것은 너무 안타깝지만 앞으로 창업과 원하는 회사로 이직하는것에 대해 제약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너무 설렜다.

 

또한 보안 개발을 3년동안 해보면서 백엔드 개발자로 전향할 결심을 하였고 그 결심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는 환경이 되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코딩테스트를 준비하고 내가 원하는 회사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아직 돈 욕심이 없고 정말 좋은 개발팀이 있는 회사에 가서 많은것들을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스타트업부터 좋은 개발 문화를 가진 큰 회사들까지 많은 회사들의 채용공고들을 찾아보며 설렜다.

 

그러면서도 내심 한편으로는 고민이 되었다, 현재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할것인지 아니면 퇴사를 하고 이직 준비를 할것인지.

요즘 채용 시장이 너무 얼어붙어 많은 사람들이 퇴사하고 이직 준비하는것을 추천하지 않았다. 나도 좀 무서웠던것 같다.

 

하지만 나는 주말에도 평일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하루종일 운동과 공부를 한다, 내가 퇴사를 해도 이 생활패턴을 지킬 자신이 있었고 그렇다면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순수하게 공부에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게 더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또한 취업과 별개로 순수한 백엔드 기술들에 대한 궁금증과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마음놓고 하고 싶었다.

 

그러다 회사가 큰 보안회사에 인수합병 된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되었다, 소장님은 나에게 함께 가자고 하였고 처음에는 알겠다고 하였다.

부모님도 큰 회사에 가게 되었다며 내심 좋아하셨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것이 보안이 아닌데 아무리 큰 회사에 높은 연봉, 많은 복지 이것들이 나에게 소용이 있나?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고민해본 내 대답은 '아니다'였다.

 

회사에 내 의견을 전달하고 4월까지만 근무하겠다고 말씀드렸고 모두 알았다고 해주셨다.

현재는 내가 맡고 있는 업무들에 대해 인수인계 문서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다. 모두 다 나 혼자 하던 업무도 꽤 깊은 이해도가 필요한 부분들이 많은데 회사에서 알고 있는 사람이 나 혼자니 더더욱 문서들을 자세히 그리고 여러 관련 개념들까지 다 설명해주면서 작성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공부를 너무나도 하고 싶었고 이 나이가 지나면 쉴 타이밍 잡기가 더욱 어려워질것 같아서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되었다. 가끔은 복지도 좋고 연봉도 높게 주는데 갈걸 그랬나 생각이 들면서도 가만히 생각하면 현재 선택이 맞다고 확신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것인지?

5월달에 되면 드디어 내 20대 첫 백수생활이 시작된다, 일단은 몇가지 사항들을 정해두고 이 사항들은 목숨 걸고 지킬 예정이다.

 

첫번째로 수면패턴을 그대로 지키는것이다.

현재는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에 취침해서 6시에서 7시 사이에 기상하는 살고 있다. 

단순 수면시간을 떠나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것에 대한 중요함을 나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일단 이것부터 지켜져야지 나머지 사항들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이 들기에 수면패턴은 무조건 지키기로 다짐하였다.

 

두번째는 운동과 식단을 지키는것이다.

아침에 5km 런닝, 점심 먹기 전 헬스장, 저녁에 5km 런닝 이 세가지를 꼭 지킬 예정이다.

한달전부터 재활을 목적으로 pt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상체 운동도 병행하면서 몸을 만들어가는것에 대한 재미를 느꼈다.

요즘 운동에만 너무 집중하느라 공부를 많이 못하고 있는 부분이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주변에서도 확실히 운동하니까 달라졌다고 말해주는것도 그렇고 내 스스로 봤을때도 내가 이렇게 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는 공부하기이다.

너무 당연하다, 내 인생에 공부를 빼놓으면 정말 아무것도 없다.

보고 싶은 개발서적과 인강들이 너무 많다, 남들이 신발을 고를때 나는 개발서적을 고르고 남들이 명품을 살때 나는 인강들을 산다.

새로운 부분들에 대해서 공부하는것이 너무나도 좋고 알게 된 것들을 프로젝트에서 적재적소에 사용하였을때 너무나도 뿌듯하다.

또한 아는 수준에 따라 똑같은 것을 봐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시야 자체가 달라진다는것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어제보다 많이 알고 공부한 오늘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재미있다.

 

너무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이 세가지는 꼭 지킬것이다.

그래서 매일 매일 1분 내외의 브이로그를 만들어서 이직할때까지 인스타에 업로드하려고 한다.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기 위한 장치이면서 나와 같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 인스타를 보면서 쉬면서 이직을 준비하게 되는 과정과 퇴사한지 몇일만에 이직에 성공하여 회사로 복귀하는지, 어려운 점은 어떤것인지 등 인사이트를 얻어갔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사실은 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엄청 설레기도 하다. 

시간이 많아진다는것은 나에겐 내가 아는것이 더 많아지고 몸이 더 좋아진다는것과 같은 뜻이다.

나는 불안이 항상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코 시간을 낭비할 수 없고 그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하기 싫고 어렵고 힘든 감정은 순간뿐이지만 그로 인해 얻는 성과는 영원하다.

 

올해 여름이 지나면 몸도 많이 좋아지고 개발적인 실력도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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